태그 : 부끄러움

남은 기간.

어제 밤에 바람이 불어서 - 무슨 기분이었는지, 지금 잘 생각나지는 않지만 - 오랜만에 일기를 쓰기 위해 자다가 반사적으로 일어났다. 달빛 아래 담배 한개피에 의존하며 펼쳐보았던 일기장의 중간 부분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들어왔다. 그것이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었으리라. 거기다가 내가 무슨 생각이었을까 하는 궁금증에 한번 들여다보고야 말았다. 그러나 한장 한장 읽으면서 느끼게 된 것은 이전의 나에 대한 실망감뿐이었다.

하루의 마지막. 한 주의 마지막. 한 달의 마지막. 한 해의 마지막과 같은 시간동안에 습관적으로 - 위기감, 혹은 반성과 같은 감정은 전혀 느끼지도 못하면서 -  '마지막이다', '드디어' 라는 표현을 너무나도 많이 써왔던 것이다. 조금의 변화를 과장되게 표현 -. 혹은 결심에 대한 가벼운 마음을 무겁게 보이기 위한 표현들로 뒤덮여있던 나의 일기장. 가식으로 가득차 있었던 그것을 보는 순간, 얼굴이 확! 하고 달아올랐다. 괜찮아, 할 수 있어라는 말로 수없이 포장해온 '나'라는 사람은 시간에 대해서 너무나도 관대한 사람이었다. 두꺼운 가면을 쓰고 있구나-, 언제나 - 그것이 입대 전이든 후이든 - 어떠한 '일'을 할때에 항상. 어디에선가 지시가 온 것에 대해서 시간을 맞추면서 딱딱 일을 해내기 보다는 그냥 어물쩍어물쩍 하다가 넘겨버리기 쉽상이고, 그러다가 누군가 검사하게 되면 - 혹은 검열 - 그제서야 조금이라도 덜 혼나기위해, 혹시 그게 나 자신과 관계된 것이면 떳떳하게 변명하기 위해서 해보게 되는 그런 가식적인 나날들을 보냈던 거구나-. 라는 말을 그 녀석은 하고 있었다.

그래서 함부로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마음을 다잡고서는 오늘 한줄을 쓰려고 한다.

'모든 것은 지금 당장. 한순간에. 후회하지 않게.'

이글루스 가든 - 나를 사랑하며 20대를 살아가기

by Nova_Mania | 2008/10/01 19:25 | 트랙백 | 덧글(2)

깊이. 그리고 사태의 심각성.

전경 버스가 시민을 밀었다.

현재 상황을 실시간으로 듣지는 못해도 적어도 2-3일에 한번 정도는 블로그를 통해서 이야기를 보고, 친구들에게서 듣고, 뉴스로 보고 있다. 오늘은 대충 몇명이 왔고, 점점 사람들이 늘고 있으며 분위기도 점점 바뀌어가고 있는 느낌이라고. 친구 한명은 신문을 보면서, 같은 이야기가 조금씩 긍정적인 방향이 되어가는 것이 우리에게 곧, 희망적인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그렇게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정말이지 '그 모두'가 각각의 다른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는 사실. 뉴스도, 친구들의 이야기도, 그 이면에 대해서는 나에게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다. 그러다가 보았던, 저 위의 트랙백한 글은, 갈등이 심화될 대로 깊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나에게 하고있었다. 극한으로 치닫은 전경과의 대립. 시민들은 비폭력시위를 주장하지만, 어느새인가 -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간에 - 폭력의 구도로 치닫게 되고, 전경들은 폭행의 도를 넘어서서, 이제는 '사람'을 버스로 밀기까지 하는 사태가 일어나는 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물론 시민이든, 전경이든 그 모두가 피해자임은 분명한 일이다. 그들은 서로가 경쟁관계가 아니라는 사실은 중요하다. 시민의 주 공격대상은 전경이 아니라, 그들을 잘못된 길로 이끄는 정부이며, 전경은 자신들의 의지 - 가 약간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다. 어느 누군가가 자신들이 공격당하는 장소에서 남을 위해 희생하고 싶겠는가. 그것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 희생을. - 로 나서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명령'에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들 모두가 사실은 피해자이고, 웃고 있는 것은 저 위쪽에 있는 2MB가 아닐까)

그러나, 그들의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서의 행동도, 그 선과, 정당함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 결과가 받아들일 수 있는 선에서 끝나야하지 않은가? 전경들, 자신도 희생자들이기 때문에 그 보복의 대상을 시민으로 돌린다는 것은, 허용할 수도 이야기거리가 될수도 없는 일임은 자명하다. '되돌릴 수 없는' 행동은, 어떠한 이유에서도 그 정당함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정당한 것이 될 수가 없다는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그들은 부정할 수도 있다. 시민들이 비켰어야 했는데, 그들이 비키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밀어버릴 수 밖에 없었다고. 그것이 상층의 지시였다고.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미 그 시민은 심하게 다칠 수 밖에 없었고 그들에 대한 죄는 지어버린 것이잖은가. 과연, 이 일을 가지고 '2MB' 정부나 전경측에서는 사과의 한마디를 내뱉을 수 있을 것인가. 아마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구도로 가면, 정부나 전경이나 시민의 타겟이 될 수 밖에 없다. 시민으로서는, 비폭력시위를 그대로 유지할 수 밖에 없고 전경의 입장에서는 진압할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의 반복. 그러다 보면 어느새인가, 시위는 더 격렬해져 있음은 자명한 일이다. 그렇다면, 이것들을 이기는 방법은 무엇이 있는지, 알고 싶지만 나도 아직은 더 생각해봐야겠다. 이런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양쪽 모두의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 그것 이외에는 아무 것도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P.s. 또 다른 이야기. 사람들은, 정말로 진심으로 자신들이 '하나'가 되기를 바라고 있는듯한 느낌이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믿을 수 없는 사실 몇 가지를 어떻게든 부정하고 바꿔나가려는 것. 그것에만 전념하고 있는 것만 같다. 그것만으로는 어느정도 한계에 부딛힐 수 밖에 없다. 그것만으로 세상이 바뀐다면 좋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바뀌는 세상은 바라는 것이 힘들지 않을까.

P.s 2. 아직까지도 '운동'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선들이 넘쳐나고, 나 자신이 부끄러워지게 될까봐 견딜 수가 없다. 부조리한 것에 싸우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한번 더 느끼고 있어야 하는데. 주변의 사람들은 그 마저도 부정한다. 결코 나서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 부정한 것을 보면서도 침묵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임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작은 바램을 오늘도 가슴 속에 지니고 산다.

by Nova_Mania | 2008/05/31 16:55 | 한번은, 혹은 다르게 | 트랙백 | 덧글(2)

건방지다.

글이라고 할만한 것이 되려면, 필요한 것이 몇 가지 있다.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을 이야기 할지를 생각해야하고, 그 다음에는 그에 대한 자료를 수집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논리 있고 일관적으로 글을 써야한다. 계단을 하나씩 밟아 올라가는 것처럼, 이것들은 모두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것들이다. 한번에 4칸을 건너려고하면 헛디뎌서 그 앞으로 푹, 하고 쓰러지는 것 처럼 말이다. 너무나도 간단하고, 당연한 이야기. 그런데 이런 가장 기본적인 사실을, 나는 인지하고 있었는가? 글쓰기의 가장 기본적인 사실을, 나는 지키고 있었는가?

그렇지 않았다. '독선'에 빠져 다른 사람의 의견을 감히 수렴하지 못했으며, 그로 인해 편파적인 자료들을 수집하기에 바빴고 그러한 글들로 쓴 글이 남들이 보기에도 훌륭하고 읽을 가치가 있는 글이 될리가 없었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동안에 내가 쓴 글들을 다시금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건방진'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순간의 기분에 따른 글이 상당히 많았다. 나름의 논지와 전개를 갖추고 있다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태클이 걸리면 너무나도 많은 부분에서 그에 대해 반박하기 위해 생각해내고 억지를 써댔으며 '자료'를 갖추고 있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요구하는 자료에 부응하지 못한 점. 그리고, 글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읽는 독자들이 내가 쓴 글에 대한 논지를 감히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만든 점등. 여러가지로 반성할 사안이 많았다.

가지고 있는 생각이 갈래를 갖추고 발전하면 글이 된다-. 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 때문에, 창을 켜놓고 주제를 써놓고 어떻게 전개할 것인가 틀만 짜둬도 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적은 글이, 하나 둘 쌓여 지금 어느샌가 500개에 달하는 글이 되어있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나아지기'는 커녕 '편협해진' 나의 사고를 보면서 부끄러워 할 수 밖에 없었다. 사고의 회로가 두개가 열려있었는데 한쪽에 물건이 쌓이면서 막혀가는 그러한 느낌 속에서 나는 오늘도 글을 읽고, 글을 쓴다.

그러한 문제점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해결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건방지게도 이런 소리를 내뱉으면서도 해결방안을 찾으려는 노력을 안한다는 것이 더 옳은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한가지 확실히 할 수 있는 것은 이 고민도 담배연기에 조금씩 녹아들어가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지. 언젠가 사라질지도 모르는 고민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담배연기처럼 사라졌으면 하는 바램도... 마음 속에는 담아두고 있을 뿐이야.

by Nova_Mania | 2007/07/24 02:42 | Adventure for dream | 트랙백(1) | 덧글(4)

침묵.

"뭐하냐?" 뜬금없이, 힘든 와중에 과외 하나가 째져서, 뒤로 미루어져 기분이 완전 좋을 때에 날아온 문자 하나가 있었다. 군바리 녀석의 문자였다. 귀찮아-. 라는 말을 옆자리 친구에게 내뱉으면서 '금마제?' 라는 대답에 고개를 끄덕하고 폰을 꺼내들었다. 피시방에서 'A.v.a'를 신나게 하고 있었는데, 방해받은 기분이랄까. 앗, 또 한번 죽었다. 아 제기랄을 남발하면서 문자에 답을 해주었다. "피시방" "지금 니 혼자 노나?" "아니 정민이" "맞나 ㅋㅋ 집에 언제 오노" "아마, 한 30분 정도? 생각보다 오래 안걸릴끼다 ㄲㄲ" "오케이, 내 현진이랑 놀고 있을게"

끝나고 나니 뭔가 어색했다. 저렇게 문자를 하는 녀석이 아니었달까. 그래서 동일인이 맞는지 처음에는 의심도 갔지만, 생각해보니 의심해야할 이유가 어디있는가 싶어. '그 녀석, 많이 바뀌었구만' 하는 생각을 하면서 피식, 하고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하던 게임을 마저 끝내고 얼른 집으로 향했다. 4개월하고도 반만에 휴가를 나온 녀석이라 더 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예전에 봤어야 했었는데 말이다. 집으로 도착하니 아니나 다를까. 내 동생 녀석과 같이 게임을 하는 그 녀석을 볼 수 있었다. "어 왔나? 킬킬" "오랜만이구만 이쇼키" 하고 머리를 한대 친다. "아" 하는 소리를 내지만, 자기 자신도 히히덕 거린다. 악의가 없다는 것을 아는지라 그 녀석도 그런 식으로 내 머리를 가끔씩 치기도 했었는데, 아직 유효한가보다. 신나게 게임중이었다. 밖에 술마시러 나가자고 하기가 순간 뻘쭘.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냥 멍청히 서있는 것도 뭔가 이상해서, TV를 트니 개그콘서트가 한다. 마침 400회 특집이다. 개콘도 정말 오래되었구나 하는 감상에 젖어있을 때, 내 귓구멍을 통해 들어온 소리 하나. "언제 나갈거고?" "아무때나" "지금 나가자" "그래"

그래서 밖으로 나왔다. 오랜만에 그 친구와 술한잔 하기 위하여. 정말 오랜만인 나와 그 녀석의 친구들을 만나서 친구 녀석의 어머니의 가게에 들어갔다. "뭐 먹을까?" "막창집에 왔는데 막창 먹어야지 뭐먹노" "하긴" 하면서, 막창을 시켰다. 그리고 술 한잔. 거나하진 않았지만, 나름의 기분들을 내가면서 신나게 걸쳤다. 그런 와중에 터지는 이야기들. "이 새끼는 군대갔더니만 아저씨 되어서 나왔나" "씨바, 니가 들어가봐" "난 그렇게는 안될 것 같다." 와 같은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들 투성이. 그런데, 나는 겉도는 느낌이었다. 뭔가 이상했다. 그들의 친구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화제에 공감하거나 낄낄 대면서 농담따먹기를 할 수가 없었다. 너무 오랫동안 고뇌와 방황 속에서 지내왔던 탓일까. 시시껄렁한 몇마디를 겨우 내뱉는 것으로 끝났다. 부끄러웠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스킬조차 가지고 있지 못하면서 그러한 고민들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 녀석들과 2차로는 노래방을 갔다. 신나게 불러주었다. 내가 불렀던 노래는 'Emerald Sword' 모두들 우와-. 하고 놀라더라. 내가 그런 노래를 부르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머리 속에서는 부끄럽다는 생각이 여전히 떠나지 않았다. 3차로는 피시방에 갔다. 30분 정도 쉬다가, 스타를 하자는 것이었다. 신나게 A.v.a 두어판을 하고는 스타를 시작했다. 완전한 압승. 우하하하하, 웃으면서 게임 속으로 점점 녹아들어갔다. 아 그랬다. '공통의 화제'가 없었던 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내 머리 속을 치고 지나갔다. 이야기를 하는 가장 기본이 '공통의 화제 찾기'였다는 사실을 난 왜 잊고 있었던 것일까.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가면서 히히덕거리는게 차라리 옳았음을 이제야 깨달은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고개를 들 수가 없다. 누구에게 내 얼굴이 붉어진 것을 들킬 것만 같았다. 그래서 그 이후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6:30. 신나게 달린 6시간 중에서, 2시간 동안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감사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다.

by Nova_Mania | 2007/07/09 13:50 | Adventure for dream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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