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 Novel
2008/12/30   나를 위한 37제 - 시작합니다. [22]
2008/10/18   모든 것에 대한 두가지 의미 '잔디벌레' 비평
2007/12/10   #12. 음악 [2]
2007/07/08   #27. 책 [2]
2007/05/11   #24. 편지 [2]
2006/12/27   #28. 아버지 [1]
2006/11/15   #30. 상사 [4]
나를 위한 37제 - 시작합니다.
1. 능력
2. 대인관계
3. 술 - 글 보기
4. 아저씨
5. 안경 - 글 보기
6. 직업
7. 연애
8. 도박
9. 부인
10. 일기장
11. 작가 - 글 보기
12. 음악 - 글 보기
13. 대학생활
14. 가정
15. 화장
16. 데이트
17. 공부
18. 휴대폰
19. 인터넷
20. 정신질환
21. 원동력
22. 수염
23. 친구
24. 편지 - 글 보기
25. 담배
26. 차(車)
27. 책. - 글 보기
28. 아버지 - 글 보기
29. 자식
30. 상사 - 글 보기
31. 퇴직
32. 죽음
33. 종교
34. 느낌
35. 역전
36. 패배
37. 승리

완료된건 하나씩 제거하겠습니다.
by Nova_Mania | 2008/12/30 09:42 | Novel | 트랙백(4) | 핑백(1) | 덧글(22)
모든 것에 대한 두가지 의미 '잔디벌레' 비평

잔디벌레

이중성-.에 대한 이야기. 임희정의 '잔디벌레'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앞에 언급했던 '이중성'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게끔 만든다. 모든 것이 '서로 반대되는 자석의 극들'처럼. 쉽게 나뉘어지지 않을 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 성격과 같은 부분에서도 그는 두가지로 나누어버리고야 만다.. 단순화가 아니라 조금 미묘할 수도 있지만 모든 사람들을 두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을만큼 단순화 되어있다 - 그는 모든 것에 대해 이중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코카인은 '한 사람을 폐인으로 만들 수' 있는 물건이거나 혹은 '국부마취를 위한 마취제'로 사용될 수 있는 이중적인 물질이다. 이 글 전체를 아우르는 이 물건으로 인하여 수많은 이중성이 생기게 된다. "보통 사람들과 다른 존재가 아니라는 것에 대한 증명"의 실패를 증명하는 방법의 가장 큰 방법으로 등장하거나 아니면 "자의와 상관없이 칼질"된 사람으로 일반의 사람들에게 비추어지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물건의 이중적인 의미처럼, 그것을 다루는 사람에게도 있어서 이중적인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주인공은 "국부마취의 수단"이 아닌, "어머니를 만나기 위한 수단"처럼 왜곡되어 있는 것으로 이야기하며 "천재"인 웨인을 "더욱 비범한 사람"으로 만들게 되는 사물이 된다.

이처럼 결코 아름답지 않은 세상임에도 불구하고 임희정은 [주인공들의 시선]을 통해서 세상을 아름답게 보고자 한다. 신이 존재한다고 믿으며, 그 신이 인간에게 내려준 계급이 존재하는 불공평한 사회에서도 그는 신을 부정하며 처음부터 비정상적으로 태어난 아이들과 도중에 죽는 사람들은 '신에게 버림받지 않았다'며 보통의 사람들에 대한 동정을 끊지 않으려고 한다. 허나, 그들 자신도 "사회 속"에서는 "돌연변이"로 취급받으며 "미치지 않고서 살아가고자" 노력을 필사적으로 할 수 밖에 없다.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미움받는 어떤 사람의 "한 줄기 빛"을 찾은 방법이 "미워하기 힘들어서 차라리 좋아하게" 되는 것이라던가, 연속된 사고 속에서 괴로워하는 주인공에게 "사고를 몰고 다니는 재앙 덩어리"는 "죽어서 사라지"는 것은 방법이 아니라고 하는 것처럼, 결코 옳지 못한 것에 대해서, [보복성이 있는 수단]을 이용하여 대처하기 보다는, "내 잘못에 대한 벌"로 인식하면서 자신들을 "칼질"하고 있다. 그들 자신들은 "환상속에 가둬둔" 사람들에 의해 "코카인"인해 폐인이 된 사람처럼 보이지만, 자신들은 "치료를 위한 국부마취의 수단"으로서 코카인을 이용할 뿐이지, 절대 자신들의 타락하는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코카인으로 인해 생긴 예지력도 자신들이 간섭하여 더 커진 문제와 방치해두어 되돌릴 수 없는 사태 사이에서 "미래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만 "오히려 가까이 오거나" "원점으로 돌아오기" 밖에 할 수 없는 문제를, 그 전에 미리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로 하자는 부정적인 생각과 긍정적인 생각들 사이에서의 해답. "남들에 비한 우수함"도, "미래를 보는" 사실도 그에게는 중요하지 않다. 이 글의 가장 중요한 소재인 "사람을 살리기 위한" 의학으로 그들의 말하고자 하는 바는 시작하며, 또 그것으로 끝난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사실은 아름다운 세상은 절대 "환각"이 아니라는 것과, 그것이 "타락의 방법"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의학을 통해서 작가는 '누군가를 위한 것'은 절대 "미치지 않고서" 할 수 있는 짓도 아니며, "재앙"도 절대 아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으리라.

p.s 오타는, 보면서 군데군데 발견했는데... 조금 수정되었으면 하는 바램
p.s2 리뷰는 참 오랜만에 쓰네요 -ㅁ-

이글루스 가든 - 천 권의 책읽기
by Nova_Mania | 2008/10/18 17:24 | Novel | 트랙백 | 덧글(0)
#12. 음악
고개를 수그리고 의자에 앉아 있었다. 내 얼굴을 만져보았다.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았는데 얼굴에는 어느새인가 땀이 흥건했다. 너무 많이 흘렸기 때문일까? 바닥으로 땀이 한 방울, 한 방울씩 흐른다. 그러다가 이내 자신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땀들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너무나 힘들고 고되었다. 미간마저 찌푸려질만큼.

"아, 제기랄!"

분을 이기지 못해 일어나며 앞에 놓아두었던 스틱을 집어든다. 그리고 그대로 신경질적으로 벽을 향해 스틱을 집어던진다.

"에씨! 이 부분은 연습을 해도 왜 안되는거야?"

구차하게 안된다는 이유로, 말이다. 텅 빈 연습실에서 나홀로 있었다. 침묵만이 흐르는 공간. 주위에는 나와 드럼과, 기타들과 키보드만이 존재하고 있다. 아니, 그것만이 의미가 있는 이야기였다. 드럼의 옆쪽에는 악보대가 있었고, 그 위에 내가 올려두었던 연습하는 곡의 악보가 그대로 있다. 페이지 하나 넘어가지 않은 채로. 그 옆에서는 똑딱 거리며, 약간의 신경을 긁게 만드는 메트로놈의 소리도 들려왔다. 적막을 깨는 bpm 98의 똑닥 거리는 소리. 마지막으로 플로어탐 위에 올려있는 Mp3. 그 밑으로 바닥까지 길게 늘어뜨려진 이오폰의 상태가, 나인 것만 같았다. 머리를 감싸쥔다. 되지않아-. 머리가 너무 아파왔다. 참지 않고 눈물을 흘리고 싶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눈물이 흐르지는 않았다. 대신에 악기들 사이로, 별로 넓지 않은 공간 속으로 쓰러지듯이 누워, 눈을 감고야 말았다.

눈을 감고 난 뒤의 나는 락카페의 무대, 그 위에 있었다. 몇 안되는 관객들 만이 제자리에 앉아 있다. 파란색 조명이 간간히 비추는 카페의 내부 모습은, 죽은 도시의 그것까지는 아닐지더라도 한적한 모습이 아니라고는 결코 말할 수 없는 황량함을 선사하고 있었다. 문득,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이 없어졌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를 외면하고 술에 취해, 자신들의 이야기에 취해 어느새인가 술과 하나가 되어가고 있었다. 말을 하고, 웃고, 떠들면서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고 있을 뿐, 누구도 우리에게 귀를 기울이지는 않는다. 우리의 노래는 정녕 우리의 것일 뿐이었나... 하는 회의감이 든다. 아니, 그저 죽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찡-. 하고 울리는 기타소리에 문득 현실로, 눈동자의 초점과 같이 돌아왔다. 순간, 처음에 노래를 시작할 타이밍이 한참 지나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래서였구나. 아, 나는 바보... 바보이다. 그러한 것을 표현하기라도 하듯 머리를 스틱으로 두어번 친 다음, 우리를 보고 있지 않은 사람들을 향해서 한번 웃어주고서는 스틱을 두들기고 노래로 들어간다. 첫 번째 곡이다. 반주가 형성이 되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신이 난다! 하지만, 사람들은 너도, 나도 힐끔 힐끔 하고 가끔씩 쳐다보기만 할 뿐, 언뜻 이 쪽으로 나서지 않는다. 좀 즐겨보란 말야. 노래도 모르면서 네임밸류에만 정신팔린 녀석들아! 아는 것은 네임밸류 뿐이지? 우리의 노래는 흔한 3류 소설같은 사랑을 부르는 그런 노래가 아니란 말이다.

「나의 두 날개를 활짝펴고, 푸른 창공을 향해 날아갈거야. 나를 기다리는 것은 그곳에 있을테니까.」

가수가 부르는 노래에 맞춰, 신나게 반주를 하고 있다. 화와 기쁨이 섞여 평소보다 세게, 치는 것일테지-. 라고 생각하고 평상심을 유지하려 했으나 그다지 뜻대로는 되지 않았다. 모르겠다, 라고 생각한 순간, 고요해졌다. 노래를 제외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 속에서 나는 드럼을 치고 있을 뿐이다.

노래를 끝마치고 눈을 뜨면 언제고 언제고 나는 나의 독립된 방에 팔을 벌리고 혼자서 누워있을 뿐이다.

"하아-."

한숨을 내뱉는다. 꿈은 높지만 현실은 완전히 시궁창이잖아. 이거야 원, 하고 너털웃음을 짓고야 말았다. 나는 아직, 성공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들어서지도 못했다. 다시금, 스틱을 집어들고 드럼이 아닌, 드럼패드 앞으로 다가가 아직까지도 꺼지지 않고 똑딱거리고 있는 메트로놈 소리를 들으며 흥얼거리다, 패드 앞의 의자에 앉는다. 톡- 톡- 톡- 하는 소리에 맞추어 스틱으로 패드를 때린다. 잠깐 고개를 돌려 쳐다본 하늘에는 초승달이 보일 듯 말 듯, 그렇게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때에는, 해가 동틀 무렵이었다. 한쪽 눈이 잘 떠지지 않아서 오른팔로 오른쪽 눈을 쓱쓱, 하고 비빈다. 눈꼽이 끼었는지, 무엇인가 눈에 걸리는 느낌이다. 손가락을 이용해서 눈꼽을 털어내고, 엉덜이를 털고 일어나 샤워장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씻지 않아도 될 얼굴을 씻고, 감지 않아도 될 머리를 감고, 닦지 않아도 괜찮을 이를 닦아낸 후에 다시 연습실로 왔을 때, 우연찮게도 폰이 벨을 울리고 있었다. 천천히 걸어가서 폰을 집어들어 화면에 떠있는 이름을 확인했다. 「서인재」라는 세 글자를. 놀라서 황급히 통화버튼을 누른다.

"어 나다 인재야 무슨 일이냐?"
"빨리 좀 받아라 이 자식아"
"아 씻고 온다고 그랬어"
"지금 어디냐?"

갑자기 왜 나를 부른 것인지, 의아해했지만서도 솔직하게

"동아리 연습실"

아무런 의문도 없이 느리지만 확실하게, 아니 어딘가 들뜬 것 같은 목소리로

"그럼 그리로 간다. 조금만 기다려"

라고 말하고서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리는 그였다. 뚝-.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화가 났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으므로 그 자리에 앉아서 팔을 내밀어 스틱을 집어든다. 눈앞으로 스틱을 가지고 왔다. 림-. 에 의해서 여기저기 손상되고 벗겨지고 칼로 다듬고 한, 그러한 자국들이 있었다. 벌써 이 스틱을 잡은지 한 달째 되었구나, 싶어서 순간 나에게 웃어보여 주었다.

그러고보면 처음에 스틱은 6개월을 썼었다. 게을리 연습을 한 탓이리라. 지금은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왜 그렇게 연습이 힘들까 하고 생각했었을까. 우스웠다. 그래서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과거의 추억에 젖고 있노라니 아무 것도 먹지 못한 배가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굉장히 배가 고파왔다. 식량보관함으로 걸어가, 먹을 것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열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컵라면이 있어 꺼내들어 탁자에 올려놓고는 전기포트에 물을 채워 물을 끓인다. 타이머가 쪼르르르 흘러들어가는데, 그 녀석. 인재가 들이닥쳤다. 화들짝 놀란 나는 황급히 컵라면을 숨기며

"무슨 일이야?"

라고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며 말했다. 그는 아무 말도 않고 호흡을 고르면서 컵라면만 응시하고 있었다.

"아 배고파"
"있어봐"

아 귀찮아. 그렇다는 티를 내며 선반을 여니 남아있는 컵라면이 아뿔싸. 클로렐라 컵라면이다. 당황스러워지는데 등 뒤 너머로 아무 것이나 괜찮다고 한다. 기쁜 마음으로 안도의 한숨을 그 녀석이 보지 않게 내쉬고는 컵라면을 넘겨준다. 기뻐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마치, 차비가 없어 집에 못가는 억울한 행인이 만원짜리 한장을 주운 것 같아보이는 얼굴이다. 그리고 내가 먹을 라면의 물을 붓는다. 그 녀석도 재빠르게 물을 붓고는 뚜껑을 덮는다. 타이머를 4분으로 재두고 바닥에 그대로 드러누워 버렸다. 먼지가 한움큼 올라왔지만, 개의치 않았다. 한숨을 쉬고 잠깐 눈을 감았다. 4분이 되었다는 타이머가 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에, 내 옆의 그 녀석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야"
"어?"

얼떨결에 당황스러웠는지라 쳐다보고 있던 녀석에게서 시선을 거두고는 컵라면을 응시했다.

"아, 라면 다됐다."
"아, 그래 우선에 먹으면서 이야기 하자"

별 것 아니라는 듯, 그렇게 이야기하는 녀석을 무시하고는 라면을 집어들었다. 뜨거웠다. 후-. 후-. 불면서 한 젓가락 놓자, 그 녀석의 말이 내 귓가에 들려왔다.

"우선에 축하해라 녀석"
"아니 갑자기 왜?"
"드디어 구했어"
"뭘?"

기우뚱, 하고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그는 웃으며

"후원사"

바닥으로 컵라면이 떨어졌다. 손에 힘이 풀린 것이었다. 몇 초가 지나고 나서야 내 발에 쏟았음을 눈치채고, 으아아 하는 괴성을 질러댔다.

"우리도 이제 걱정없이 연습할 수 있는 거야?"
"그래. 우리의 노래를 알리는거야"

고개를 끄덕하며

"우리의 노래를 말이지"

배가 고프다는 것도 잊은 채, 격양된 어조로 떠들면서 이 곳, 저 곳을 들썩이며 돌아다녔다.

"이야!"

이제, 꿈에서 보던 그런 광경보다 더 멋진 일을 할 수 있을 거야,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정오의 햇빛은 따사롭기만 했다.
by Nova_Mania | 2007/12/10 09:38 | Novel | 트랙백 | 덧글(2)
#27. 책
오늘 당황스럽다고 하면 당황스럽고 웃기면 웃기다고 생각할만한 일을 겪었다. 아직도 생각하면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 수가 없어. 그래도 피식, 하고 웃음을 내뱉는다. 오디오를 틀고, 샌드위치를 만들어서 테이블에 앉는다. 그리고 하루를 생각한다. 사람들을 만나고 왔다. 번개에 참여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이었다. 사람들을 만나고는 있지만, 별 다른 느낌을 받지 못했다. 그들의 열정이, 온기가 전해져오지 않는다. 벽을 두고 서로가 외치기만 하는 것 같은 느낌이 지겨워져서, 조금씩 건성이 되어간다. 오늘도 평소와 별 다를 것이 없는 일상일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보통의 사람들과 보통의 이야기를 건네고 보통의 일상처럼 집에 가기 위해 지하철에 올라탔다. 1호선. 올라타서 가는 동안의 지루함을 덜기 위해 책을 꺼내든다. 'N.H.K에 어서 오세요' 히키코모리에 대한 소설이다. 뭐 어때, 나와는 상관없는데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책을 펴든다.

음모다! 라고 이야기하는 부분부터 시작하는구나. 응응, 재밌어. 읽다보니 어느새 환승역에 도착하였다. 서면역. 갈아타야할 지하철 2호선. 사람들이 분주한 가운데, 앉을 자리를 찾기 위해 여러모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온 몸에 땀이 조금씩 맺히고 있었다. 아 제길. 얼른을 남발하면서 돌아다녔다. 그 이유는 순전히 N.H.K에 어서오세요! 를 읽기 위해서였다. 책을 서서 읽을 수는 없잖아! 라고 속으로 절규하면서 마구 폭주했달까. 그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대단한 결과야! 라고 속으로 작게 자화자찬을 한다. 3량에 좌석이 있었던 것이다. 나이스! 라고 중얼거리면서 털썩, 하고 앉았다. 아 살 것 같아-. 라고 한숨을 내쉰다. 주위를 둘러봐도 딱히 내가 책을 읽는데, 방해가 될만한 사람은 없다. 좋아! 하고 전투에 돌입하듯 빠르게 책을 꺼내었다. 몇 페이지였지... 103쪽이다! 책갈피를 찾아 꺼내고, 그 페이지에 써진 가장 첫번째 글자로 눈동자가 굴러간다. 조금씩 읽으면서 책에 빠져들려고 하던 찰나,

툭. 하고 어깨 부분에 압력이 가해졌다. 무슨 일이지? 싶어 고개를 들어보니 옆자리 여성분이 주무시고 계신다. 고개는 계속 왔다갔다 한다. 하지만, 어깨는 내 어깨를 누른 채 온 몸이 지하철을 따라 흔들리고 있다. 조금은 아퍼-. 라는 생각에 어깨를 빼려고 했다. 그런데 너무 곤히 잔다. 정신을 전혀 못차리고 있다. 그럼 방해가 되지 않게 조금만 빌려줘야겠다. 그리고는 다시 책을 읽기 시작한다. '미사토!' 라고 외친다. '너, 지금 이 상황을 탈출하고 싶지 않아?' 미사토가 이야기한다. 응응, 탈출하고 싶어. 고개를 끄덕이며 혼신의 힘을 다해 책을 계속해서 넘긴다.

그런데 어깨를 온기가 전해져온다. 따뜻하다. 얼마만에 느끼는 사람의 온기인걸까. 오랜만에 느끼는 온기에 취해 고개를 들어보니 주위사람들이 쿡쿡 웃는다. 상황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것 같다. 앞의 사람은 팔을 들어 파이팅! 하는 포즈까지 취한다. 큰일이군. 이거야 원. 나도 히히, 하고 웃어주고는 머쓱하니 책으로 돌아가는 수 밖에 없었다.
by Nova_Mania | 2007/07/08 02:21 | Novel | 트랙백 | 핑백(1) | 덧글(2)
#24. 편지
지하철에서 나오니 하늘에는 쓸데없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다지 많지는 않은 양이건만 얼굴이 절로 찌푸려졌다. 회색 하늘을 바라보고 있자니 내 기분마저 울적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집에 빨리가면 나아지겠지, 라는 생각이 문득들어 지하철에서 집으로 오는 10분동안 우산을 쓰고, 조금 빠르다 싶을 정도의 속도로 집으로 향한다. 에잇, 이런 육실헐 날씨 라고 속으로 욕하며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폰을 꺼내들었다.

시간은 오전 0시 37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굉장히 늦은 시간이다. 평소때의 귀가 시간보다 두시간은 늦은 퇴근이었다. 조금만 어두운 골목길로 들어가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 시각에도 많은 것들은 돌아가고 사람들은 여전히 자기 갈길을 가고 있었다. 신기한 광경일 법도 했건만, 별로 신경쓰이지는 않았다. 그 속에서 나와 관계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 화려한 도시의 야경중, 내가 바라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10여분 정도를 걸어와 드디어 아파트에 도착했다. 집이 보이자 단순한 안도감에서 총총걸음으로 입구에 들어서서는

"다녀왔습니다"

와 같은 쓸데 없는 말을 내뱉었다. 그러지 않으면 돌아오지 않은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신기한 일. 평소때와 약간은 다른 행동이었지만 보는 사람은 없었기에 한번쯤은, 하고 웃어보였다. 하고나니 그래도 뭔가 이상했다. 즐거움보다는 찝찝함만 남았다. 이럴때 반겨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하는 것이었을까? 하는 생각에 웃음만이 나왔다.

흙이 묻은 신발을 털고, 우산을 접고 바지에 묻은 흙을 떼고 나서는 항상 그렇듯이, 어떤 우편이 찾아왔는지 확인해보았다. 그러고보니 생각보다 굉장히 많은 편지들이 와있었다. 난데없이 온 편지들이 반갑기도 했고, 무슨 일일까, 싶어 걱정되기도 했다. 평소에 하던대로 그 편지들을 편지통에서 꺼내서 가방에 집어넣고는 엘리베이터의 올라가는 버튼을 누르고는 멍하게 몇층에 있는지 쳐다본다. 4...3...2...1 이윽고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들어가서 닫힘버튼을 먼저 누르며 12층을 눌렀다.

그러고보니 뭔가 오늘은 평소때와 달랐다. 이것은 기분 좋은 일? 이라고 생각하며 킬킬대고 웃었다. 누군가 봤다면 '경박'하다고 야단쳤겠지. 궁금함과는 별개로 오랜만에 편지가 왔다는 것이 너무나도 기뻤다. 12층에 들어서자마자 집문을 열고 가방을 열어 편지를 꺼낸 다음, 가방을 수건으로 닦고는 옷을 벗었다. 밖에서는 몰랐었던, 너무나도 찝찝한 기분이 갑자기 몰려와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마 비에 몇몇 곳이 질퍽질퍽하게 젖은 것, 그것 때문이리라. 얼른 샤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화장실에 들어가서 샤워기를 켰다.

몇 분이나 지난 것일까... 씻고 나오자 한결 편한 기분이 되었다. 그 여세를 몰아 편지들을 확인 했다. 핸드폰 요금 청구서, 카드 청구서와 같은 것은 이제 지겨워. 그 마음가는 대로 휙하고 저 건너편으로 던져버리고, 이건 뭐야. 특별 행사전? 알바 없지. 마찬가지로 던져버리고. 남은 것은 두통의 편지. 겉면에는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은 편지가 하나. 하나는 초대장이었다. 초대장을 먼저 뜯어보았다. 어떤 내용인지 대충 짐작이 갔기 때문이었다. 그 녀석이겠지. 라고 생각한 것 그대로였다.

친구 녀석이 '결혼합니다. 와서 축복해주세요' 라고 적어놓았다. 부럽구만, 녀석. 졸업하고 거의 바로 결혼한 것이나 다름 없는 시기. 아 부럽구만~ 을 연신 남발하며 폰을 들어 '그날 꼭 맞아야된다. 내가 찾아가서 때릴거다. 결혼 축하한다'를 문자로 찍어 보내주었다. 답장은 오지 않겠지만 그래도 신나는 기분이었다. 우리들 중의 누군가가 결혼할 때가 되었구나... 라는 생각이 나를 웃게 만들었다. 반면에 이제 뜯어야 할 발신자 불명의 편지에서 알게 모르게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첫사랑의 그녀일까, 아니면 내가 스쳐갔던 많은 사람들 중의 한명일까... 아, 아니야. 1주일 전에 만난 그 사람인지도 몰라. '도를 아십니까' 라는 말을 건네면서 내게 가입할 것을 추궁했던 그사람 말야. 그것도 아니면 그냥 성인 광고같은 것을 끼워놨으려나? 온갖 생각이 순식간에 교차하며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편지를 뜯어 내용을 확인한 순간 굳어질 수 밖에 없었다. 이 말 한마디 외에는 다른 아무말도 적혀 있지 않았다.

'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내 기억속에 있는 아버지는, 착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나쁜 사람도 아니었다. 순전히 타인간의 삶에 가까운 삶을 살아온 그와 나. 10살 이전의 나에게 있어서는 그저 나와 같이 밥을 먹고, 나와 같이 야구를 보고, 나와 같이 휴가 기간에 계곡으로 놀러갔던 사람이었을 뿐이었다. 그 평화로움이 깨졌던 것은 11살 때로, 어느날 밤에 배가 고파요~ 라고 어머니께 전화하자, 어머니가 '내일 먹고 얼른 자렴'이라는 말만 건네고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었다. 그날 하루종일 티비를 보았고, 밤늦도록 어머니가 처음으로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버지는 '엄마는 죽어서 돌아오지 않을거야' 라는 말과 함께,담배를 빼꼼, 피워댔다. 거짓말. 거짓말이다. 그렇게 전화를 했는데 말이다.

그때부터 그와 나는 타인이었다. 어떤 말을 해도, 듣지 않았고 그렇게 충돌에 충돌을 거듭하다가, 결국에 완전히 타인이 된 것은 그날부터였다. 돌이킬 수 없는 책과도 같았다. 이전 페이지를 읽을 수 없는 책. 앞의 내용이 가물가물하더라도 계속해서 읽어나가야 했던 그런 책의 이야기.

어느샌가 어머니가 우리의 곁으로 돌아왔다. 우리의 곁으로. 하지만,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입만 뻥긋할 뿐이었다. 벙어리가 되었다. 주위 사람들이 소근대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그렇게 만들었다고. 몹쓸사람이라고 말이다. 흔들렸다. 그 말이 너무나도 사실 같았다. 아니라고, 아니라고 몇번이고 부정하려 했건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매일같이 '죽었다'고 말하면서 나에게 집안일과 생계를 떠넘긴 아버지를 더 이상 믿을 수 없었다.

나에게서 떼어놓으려고 한거야! 라는 마음 속의 외침에 반응했던 것일까. 도망쳐나왔다. 혼자 살기로. 그래, 어떻게 하든 그렇게 타인같은 사람들과 한시도 같이 살 수 없어. 힘들었다. 그렇게 생각해야 했던 내가, 그래서 더욱 꿋꿋이 버텨왔다. 나를 지탱해준 것은 바람도 아니고, 기쁨도 아닌, 나를 그렇게 만든 아버지였다. 증오심이 나를 이제껏 버티게 만들었던 원동력이었던 것이다. 그 덕택에 어두웠던 집안과 반대로 내일은 잘 풀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이렇게 바뀌었다.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여서 복수하겠다고. 그런데 너무나도 허무하게 게임이 끝나버렸다. 슬픈 것과 별개로 허탈했다. 한순간 아파트가 무너지는 줄 알았다. 팽그르르, 도는 내 머리 속. 그리고 어지러움. 털썩, 하고 주저앉아. 소리없이 울기만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슬펐다. 그저 울고, 또 울고 그렇게 바닥을 몇번 쳤을 뿐이었다.
by Nova_Mania | 2007/05/11 03:15 | Novel | 트랙백 | 핑백(1) | 덧글(2)
#28. 아버지
[다녀 왔습니다.]
평소처럼 인사를 하고 들어간다. 현관을 넘어서자 너무나 적막한 공간. 아무도 없다. 신발이 분명 한 켤레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흠칫, 놀라서 시계를 살펴보니 시계는 3시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그제서야 느낀 것은 사방이 붉은 색이라는 것. 시간이 멈춘 느낌. 너무나 무서운, 그렇지만 호기심을 자극하는 분위기에 이끌려 더 들어가자 의자 몇 개가 널부러져 있고, 그 한가운데 누군가 서 있다. 발이 바닥에서 떨어져 있다. 천장에 밧줄이 있다. 인정하고 싶지 않는 광경이었다. 무서워... 무서워... 하지만, 다가가서 줄을 푼다.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아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얼굴이 보였다. 그녀였다.
[어머니...]
눈물이 나는데, 그 이상 말이 나오지 않았다. 더 울고 싶었다. 뒤에 누군가가 있어. 놀란 나머지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재빠르게 몸을 숨긴다. 남녀 한쌍이 들어온다. 내가 아는 얼굴이 있다. 놀랄거야, 가서, 가서 그녀가 죽었다고... 라고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귀찮게, 죽어버렸어]
몸이 굳어버렸다. 나갈 수가 없었다. 무서웠다.
[이거 신고만 하면 되잖아?]
[아, 조사받겠지?]
[어쩔 수 없어. 하지만 자기가 죽인 것도 아니잖아]
네, 네가 죽인거나 마찬가지야! 외치고 싶었지만, 말이 되어 나오지 않았다. 그저 헐떡대기만 했을 뿐이었다.
[맞아 그건 그렇지]
[이제 우리 같이 살 수 있는거야?]
[아무렴]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서로 얼굴을 보고 웃다가 나가버린다. 무섭다. 그들이 우리 어머니를 죽인거야... 결코 용서하지 않을거다. 그 말 이외의 어떤 말도 입 밖에서 나오지 않았다.
“헉, 헉”
악몽이었다. 지독히도 나를 괴롭히는 악몽. 이제 6년이 다 되어간다. 너무나도 오래동안 날 괴롭혀왔다. 하지만, 싫진 않다.
“또...”
방문을 열고 나가서 냉장고 문을 열었다. 물을 꺼내 뚜껑을 열고 벌컥벌컥, 하고는 마신다.
“일주일만인가...”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날의 일을. 그 사건의 대화를 나누던 그와 그녀는 결혼해서 잘살고 있다. 모든 것을 잃었다. 날 지탱하던 것들... 그 이후, 난 혼자가 되었다. 그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난 혼자일 뿐이야”
몇 번이나 외치고는 방으로 들어와 문을 잠그고 다시금 누웠다.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갑자기 방문이 덜컥하고 열린다. 방문을 잠궜는데... 어느샌가 또 열쇠를 하나 만들었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금 돌아 뒤로 누웠다. 방문을 들고 들어온 그가
“너 도대체 뭐하는 놈이야?”
또 시작됐다. 매일같이 끊이지 않는다. 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겠지. 그 소리에 고개를 들어 쳐다보니 아니나 다를까, 얼굴이 달아올라있다. 입에서는 술냄새가 나고 있었다. 손에는 술병이 들려있다.
“이 새끼는 인생에 도대체 도움이 되지 않는 녀석이라니까”
“바쁘니까”
그의 말을 도중에 끊었다. 일어나서 방을 나갔다. 퍽, 하는 소리. 느낌이 이상해서 쳐다보니 술병이 내 팔에 맞았다. 내가 맞은 술병이 바닥에 떨어져서 깨졌다. 참자. 여태까지 잘 참아왔는데... 라는 생각으로 화장실에 들어갔다. 아무리 술에 취해도 그가 화장실에 까지는 들어오지 않는다.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천천히 씻고는, 방으로 들어가 츄리닝을 찾아 입고 나와서 아무 말도 없이 밖으로 나와버렸다. 여자가 황급히 쫓아온다.
“얘, 니가 이해하렴”
그렇게 말하며 손에 만원짜리 한 장을 쥐어준다. 우습다. 새어나오는 웃음을 굳이 참으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여자는 모르는가 보다.
“몸 조심해서 다녀오고”
그 말을 듣긴 했으나 대답은 하지 않았다. 그와 그녀는 나와는 타인일 뿐이잖아. 그 날 이후로... 그저 타인일 뿐이었어. 그렇지? 웃음만 나왔다. 계속 웃었다. 갑자기 바보가 된 기분.
용서하지 않을거라고 다짐한 것은 나였는데... 난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그게 무서웠다. 그를 보기좋게 비웃어주겠다고, 필사적으로 살아보겠다고 애썼는데... 결과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아... 이 돈으로 뭘 할지 결정했어. 달려갔다. 눈앞에 보이는 약국으로. 가서 약사에게 달라고 했다. 약사가 건네는 것을 받으니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졌다. 막연해보였던 것이 눈앞에 확실히 다가왔다. 내 눈앞에 있는 것은 쥐약. 나, 나도 이제 따라갈게요 어머니. 마음속으로 말하고는 약사에게 돈을 건네고 나왔다. 어디서 죽는게 좋을까? 라는 생각이 나의 뇌에 도달했다. 멋지게 복수해야한다는 강박관념. 강박관념. 다시금 나를 조여왔다. 그래, 그곳이 가장 좋을거야. 신나게 달려갔다. 이제 이 지겨운 생활의 끝을... 끝을 볼 수 있어. 끝낼 수 있다고! 속으로 몇 번이고 외치고는 그 곳으로 들어갔다. 다시금 그가 나를 보고서는
“쓰레기”
라고 외친다. 우스웠다. 이제 그가 뭐라든 난 신경쓸 필요가 없어. 방으로 들어갔다. 문을 잠그고서는 이불을 덮었다.
“이제 마지막이야... 안녕”
쥐약을 입에 넣었다. 아, 이거 무슨 맛이야... 뱉고 싶은 느낌이 너무나 간절했다. 하지만, 눈을 감고서는 꿀꺽, 하고 삼켜버렸다. 뭔가 말하고 싶었는데, 말이 나오지 않았다. 점점 조여오는 느낌이 나를 엄습해온다. 숨을 쉴 수가 없어... 그렇게 모든 것을 회피하고자 눈을 감았다.
멀리서 누군가가 보였다. 환하게 웃고 있었다. 아... 나도 손을 들어 흔들었다.



반가워요.
by Nova_Mania | 2006/12/27 14:17 | Novel | 트랙백 | 핑백(1) | 덧글(1)
#30. 상사

"도대체 이게 뭐하는 짓이야!"
부장님의 호통소리가 들려온다. 오늘도 누군가 또 일을 저질렀나 보군, 눈길도 주지 않고 그저 듣기만 할뿐이다. 그런 곳에 끼이기 싫으니까, 라는 혼자말로 자신을 위로하며 동료에게 속으로만 애도를 표한다.
"죄송합니다"
아마 고개를 숙이고 있겠지. 속은 열받아 있을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런 말을 내뱉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이거 어떻게 뒷처리 할거야, 응?"
아마도 변상하겠지. 그것 이외에는 대책이 없잖아.
"제가, 차액만큼 물리겠습니다"
결국엔 평소처럼, 잘못 기재된 물건 개수만큼 값을 물린다. 그런 식으로 회사에 계속해서 자신의 돈을 바칠 테지, 악순환의 반복. 지겹다. 이렇게 눈치만 보는 생활.평소처럼 점심시간에 점심을 먹고는 옥상에 올라간다. 후우, 하고 한숨을 쉬고 평소처럼 담배 한개피를 꺼내 입에 문다. 물론 불은 붙이지 않고, 옥상에 바깥쪽으로 몸을 기대고 있으니
"일 안하냐?"
내 몸을 밀고는 내 옆에 있는 의자에 앉는다. 휘청대다 옥상 난간에 중심을 다시금 잡다가 입에 문 담배를 떨어트렸다. 에구구, 아까운 것.
"에이, 과장님... 아까운 담배가 땅에 떨어졌잖아요"
그러면서 잽싸게 몸을 숙여 떨어트린 담배를 두어번 손으로 털고는 입에 다시 물었다. 이번에는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면서
"무슨 일이었어요?"
라고 묻는다.
"아냐, 별일 아니야"
항상, 그는 이런식으로 다른 사람의 일은 꺼내려 들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더 무섭다고 해야할까, 아무튼 속을 알 수 없다.
"그렇군요"
형식적인 발언을 하고는 연기를 들이마셨다가 내뿜는다. 담배 한개피를 꺼내더니
"아참"
뭔가 기억난 듯 손뼉을 치며 이쪽을 돌아본다. 무슨일일까...
"너도 말이지, 이번 주에 시간이 되면 등산한번 가지 않을테냐?"
담배를 입에 물고 이쪽으로 담배를 들이댄다. 난 들고 있던 라이터로 과장님의 라이터에 불을 붙이면서
"등산요?"
쉴 시간도 없이 빠듯하다.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을까...
"응, 등산 말이야. 그냥 올라갔다 오는거지"
어쩔 수 없지... 한번 갔다 올까, 실은 그것보다도 윗사람에게 잘못보일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는 관념이 강했으리라, 라는 생각이 들었다. 피식, 새어나오는 웃음을 손바닥으로 막고는
"그럼 알겠습니다. 언제쯤 가실겁니까?"
라는 말을 내뱉는다. 그가 웃으면서
"내일"
"에?"
갑작스런 답변에 당황해서 아무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럼 내일 보자구"
그 말만을 남기고는 사라지는 과장님이었다. 입에 물고 있던 담배가 바닥으로 톡, 하고 떨어졌다. 다음 날, 등산가기에는 조금 늦은 시간. 왜 이런 시간에 등산을 시작하지? 라는 의문을 내뱉기도 전에 그가 다가와서는
"왔나?"
라는 말과 함께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땅에 버린다.
"예."
발로 슬며시 밟는다.
"그럼 가지."
"알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그 이후에 별다른 말 없이 시작된 그와 나의 등산. 확실히 비정상적이었지만, 뭐라고 말할수 있는 입장은 아니었기에 단지 침묵하고 있었다. 그저 그의 뒤를 따라갈 뿐. 시간은 계속 흘러 어느덧 밤이 가까운 시간대. 계속 행군하던 과장님이 뜬금없이
"오늘 휴대폰 들고 왔나?"
갑자기 휴대폰 이야기가 나오자 당황했다. 길을 잃어서 119에 구조요청하는거야? 라는 의문과 설마라는 의심이 섞인 상태가 되었다.
"예, 들고 왔습니다"
라고 말하며, 바지 뒷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과장님쪽으로 건넨다.
"아니, 나한테 줄 필요는 없고, 꺼버려"
뒤도 한번 돌아보지 않고는 다시금 앞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오늘, 과장님의 행동은 참 알수가 없었다는 느낌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밤 12시가 되었다. 이 시간까지 등산을 하는건 정말 미친행동 같다. 어쩔 수 없이 아무말 하지 못하고 그만 계속 쫓아다녔다. 이제 지쳐서 움직일 수도 없을 것 같다.
"힘들어"
라는 말과 함께 결국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다.
"여기서 쉴까?"
라는 그의 말이 들려왔다. 더 이상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예"
라는 말과 함께 누워버렸다. 하늘이 보인다. 밤하늘에 별이 많이 보인다. 하나, 둘, 셋... 직접 하나씩 세어보고 있다. 역시 산은 어두운데다가 공기가 맑아서 별이 잘보이는구나, 라는 생각이 든 찰나, 머리를 뒤통수로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예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초등학생일 때였구나...
나와 동갑인 학교친구가 있었다. 나와는 가장 친한 친구였을 것이다. 매일 뒤산에 올라가서 놀았는데, 어느날 늦은 밤까지 놀다가 길을 잃고 산을 헤맨적이 있었다. 그때 난 산에서 길을 잃어버렸다고 헤매고는 울고 있었고, 그 친구와 난 하루를 꼬박 산에서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야... 어떻게 하지?"
웅크리며 돌 위에 앉아있었다. 그때, 추웠지... 그 녀석은 이렇게 말했었던 걸로 기억한다.
"우와~ 멋지다."
갑자기 멋지다고 말하는게 이상했다.
"야..."
내가 그의 옷깃을 잡았다. 그는 내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손을 위로 뻗어 손바닥을 하늘로 향하면서
"야야, 하늘 봐봐. 되게 멋지다."
라고 말했다. 그 말에 나도 고개를 들었다.
"야아 별이 몇개야?"
정말 멋진 밤하늘이었다. 그는 나를 보면서
"저기 저 보이는 별들이 우리를 순수한 세계로 인도해 줄거야"
그 말과 함께 손을 내밀었다.
"응. 꼭 그렇겠지?"
고개를 끄덕이고
"다음부터는 별보러 다녀야겠다!"
라고 크게 말했다.
"같이 다니자 키키"
웃는 그에게 그가 내민 손을 잡으며
"응, 나도 나중에 커서는 밤하늘을 빛내는 저런 순수한 별이 될래"
키득키득, 그가 웃는다
"순수할까?"
화를 내며
"당연하지!"
하하하, 둘다 웃었다. 그랬었구나...
"어때, 밤하늘에 보는 수많은 별을 보는 기분은?"
"아..."
라는 감탄사만 내뱉었을뿐,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자네한테 이 별을 보여주고 싶었어"
갑자기 눈물이 조금 흘렀다. 아 이러면 안되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닦지 않고 가만히 놔두고 있었다. 순수하고 살고 싶었다, 그러지 못한 것이 한이 된 것일까... 그래서 더욱 세상에 대해 비겁하게 살아가고 있었던 것일지도 몰랐다. 아니, 쉽게 살려고 했었던 것일지도 몰랐다. 좀 더 어렵게, 아니 순수하게 살아야 했었던 것일까, 눈이 뜨거워졌다.
"과장님"
고개를 그에게로 돌렸다. 그가 웃고 있었다. 회사 내에서만 보여주던 접대용 웃음이 아닌, 인생의 선배로서의 웃음.
"고맙습니다"
고개를 숙였다.
"어허, 이 사람이"
라는 말과 함께 내 어깨에 손을 얹는다. 툭툭, 두어번 쳐주고는 다시금 돌려 별을 쳐다본다. 고개를 들 수 없었다. 하염없이 소금물이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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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이상한 글이 되어가는군요

죽여주십시오 ㅠ_ㅠ

by Nova_Mania | 2006/11/15 11:51 | Novel | 트랙백 | 핑백(1)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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