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기간.

어제 밤에 바람이 불어서 - 무슨 기분이었는지, 지금 잘 생각나지는 않지만 - 오랜만에 일기를 쓰기 위해 자다가 반사적으로 일어났다. 달빛 아래 담배 한개피에 의존하며 펼쳐보았던 일기장의 중간 부분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들어왔다. 그것이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었으리라. 거기다가 내가 무슨 생각이었을까 하는 궁금증에 한번 들여다보고야 말았다. 그러나 한장 한장 읽으면서 느끼게 된 것은 이전의 나에 대한 실망감뿐이었다.

하루의 마지막. 한 주의 마지막. 한 달의 마지막. 한 해의 마지막과 같은 시간동안에 습관적으로 - 위기감, 혹은 반성과 같은 감정은 전혀 느끼지도 못하면서 -  '마지막이다', '드디어' 라는 표현을 너무나도 많이 써왔던 것이다. 조금의 변화를 과장되게 표현 -. 혹은 결심에 대한 가벼운 마음을 무겁게 보이기 위한 표현들로 뒤덮여있던 나의 일기장. 가식으로 가득차 있었던 그것을 보는 순간, 얼굴이 확! 하고 달아올랐다. 괜찮아, 할 수 있어라는 말로 수없이 포장해온 '나'라는 사람은 시간에 대해서 너무나도 관대한 사람이었다. 두꺼운 가면을 쓰고 있구나-, 언제나 - 그것이 입대 전이든 후이든 - 어떠한 '일'을 할때에 항상. 어디에선가 지시가 온 것에 대해서 시간을 맞추면서 딱딱 일을 해내기 보다는 그냥 어물쩍어물쩍 하다가 넘겨버리기 쉽상이고, 그러다가 누군가 검사하게 되면 - 혹은 검열 - 그제서야 조금이라도 덜 혼나기위해, 혹시 그게 나 자신과 관계된 것이면 떳떳하게 변명하기 위해서 해보게 되는 그런 가식적인 나날들을 보냈던 거구나-. 라는 말을 그 녀석은 하고 있었다.

그래서 함부로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마음을 다잡고서는 오늘 한줄을 쓰려고 한다.

'모든 것은 지금 당장. 한순간에. 후회하지 않게.'

이글루스 가든 - 나를 사랑하며 20대를 살아가기

by Nova_Mania | 2008/10/01 19:25 | 트랙백 | 덧글(2)

Commented by 로웨르 at 2008/10/01 20:10
그러고보니 달이 바뀌었군요. 으허허
Commented by Nova_Mania at 2008/10/02 18:36
로웨르// 다시, 시작이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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