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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수그리고 의자에 앉아 있었다. 내 얼굴을 만져보았다.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았는데 얼굴에는 어느새인가 땀이 흥건했다. 너무 많이 흘렸기 때문일까? 바닥으로 땀이 한 방울, 한 방울씩 흐른다. 그러다가 이내 자신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땀들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너무나 힘들고 고되었다. 미간마저 찌푸려질만큼.
"아, 제기랄!" 분을 이기지 못해 일어나며 앞에 놓아두었던 스틱을 집어든다. 그리고 그대로 신경질적으로 벽을 향해 스틱을 집어던진다. "에씨! 이 부분은 연습을 해도 왜 안되는거야?" 구차하게 안된다는 이유로, 말이다. 텅 빈 연습실에서 나홀로 있었다. 침묵만이 흐르는 공간. 주위에는 나와 드럼과, 기타들과 키보드만이 존재하고 있다. 아니, 그것만이 의미가 있는 이야기였다. 드럼의 옆쪽에는 악보대가 있었고, 그 위에 내가 올려두었던 연습하는 곡의 악보가 그대로 있다. 페이지 하나 넘어가지 않은 채로. 그 옆에서는 똑딱 거리며, 약간의 신경을 긁게 만드는 메트로놈의 소리도 들려왔다. 적막을 깨는 bpm 98의 똑닥 거리는 소리. 마지막으로 플로어탐 위에 올려있는 Mp3. 그 밑으로 바닥까지 길게 늘어뜨려진 이오폰의 상태가, 나인 것만 같았다. 머리를 감싸쥔다. 되지않아-. 머리가 너무 아파왔다. 참지 않고 눈물을 흘리고 싶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눈물이 흐르지는 않았다. 대신에 악기들 사이로, 별로 넓지 않은 공간 속으로 쓰러지듯이 누워, 눈을 감고야 말았다. 눈을 감고 난 뒤의 나는 락카페의 무대, 그 위에 있었다. 몇 안되는 관객들 만이 제자리에 앉아 있다. 파란색 조명이 간간히 비추는 카페의 내부 모습은, 죽은 도시의 그것까지는 아닐지더라도 한적한 모습이 아니라고는 결코 말할 수 없는 황량함을 선사하고 있었다. 문득,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이 없어졌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를 외면하고 술에 취해, 자신들의 이야기에 취해 어느새인가 술과 하나가 되어가고 있었다. 말을 하고, 웃고, 떠들면서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고 있을 뿐, 누구도 우리에게 귀를 기울이지는 않는다. 우리의 노래는 정녕 우리의 것일 뿐이었나... 하는 회의감이 든다. 아니, 그저 죽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찡-. 하고 울리는 기타소리에 문득 현실로, 눈동자의 초점과 같이 돌아왔다. 순간, 처음에 노래를 시작할 타이밍이 한참 지나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래서였구나. 아, 나는 바보... 바보이다. 그러한 것을 표현하기라도 하듯 머리를 스틱으로 두어번 친 다음, 우리를 보고 있지 않은 사람들을 향해서 한번 웃어주고서는 스틱을 두들기고 노래로 들어간다. 첫 번째 곡이다. 반주가 형성이 되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신이 난다! 하지만, 사람들은 너도, 나도 힐끔 힐끔 하고 가끔씩 쳐다보기만 할 뿐, 언뜻 이 쪽으로 나서지 않는다. 좀 즐겨보란 말야. 노래도 모르면서 네임밸류에만 정신팔린 녀석들아! 아는 것은 네임밸류 뿐이지? 우리의 노래는 흔한 3류 소설같은 사랑을 부르는 그런 노래가 아니란 말이다. 「나의 두 날개를 활짝펴고, 푸른 창공을 향해 날아갈거야. 나를 기다리는 것은 그곳에 있을테니까.」 가수가 부르는 노래에 맞춰, 신나게 반주를 하고 있다. 화와 기쁨이 섞여 평소보다 세게, 치는 것일테지-. 라고 생각하고 평상심을 유지하려 했으나 그다지 뜻대로는 되지 않았다. 모르겠다, 라고 생각한 순간, 고요해졌다. 노래를 제외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 속에서 나는 드럼을 치고 있을 뿐이다. 노래를 끝마치고 눈을 뜨면 언제고 언제고 나는 나의 독립된 방에 팔을 벌리고 혼자서 누워있을 뿐이다. "하아-." 한숨을 내뱉는다. 꿈은 높지만 현실은 완전히 시궁창이잖아. 이거야 원, 하고 너털웃음을 짓고야 말았다. 나는 아직, 성공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들어서지도 못했다. 다시금, 스틱을 집어들고 드럼이 아닌, 드럼패드 앞으로 다가가 아직까지도 꺼지지 않고 똑딱거리고 있는 메트로놈 소리를 들으며 흥얼거리다, 패드 앞의 의자에 앉는다. 톡- 톡- 톡- 하는 소리에 맞추어 스틱으로 패드를 때린다. 잠깐 고개를 돌려 쳐다본 하늘에는 초승달이 보일 듯 말 듯, 그렇게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때에는, 해가 동틀 무렵이었다. 한쪽 눈이 잘 떠지지 않아서 오른팔로 오른쪽 눈을 쓱쓱, 하고 비빈다. 눈꼽이 끼었는지, 무엇인가 눈에 걸리는 느낌이다. 손가락을 이용해서 눈꼽을 털어내고, 엉덜이를 털고 일어나 샤워장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씻지 않아도 될 얼굴을 씻고, 감지 않아도 될 머리를 감고, 닦지 않아도 괜찮을 이를 닦아낸 후에 다시 연습실로 왔을 때, 우연찮게도 폰이 벨을 울리고 있었다. 천천히 걸어가서 폰을 집어들어 화면에 떠있는 이름을 확인했다. 「서인재」라는 세 글자를. 놀라서 황급히 통화버튼을 누른다. "어 나다 인재야 무슨 일이냐?" "빨리 좀 받아라 이 자식아" "아 씻고 온다고 그랬어" "지금 어디냐?" 갑자기 왜 나를 부른 것인지, 의아해했지만서도 솔직하게 "동아리 연습실" 아무런 의문도 없이 느리지만 확실하게, 아니 어딘가 들뜬 것 같은 목소리로 "그럼 그리로 간다. 조금만 기다려" 라고 말하고서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리는 그였다. 뚝-.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화가 났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으므로 그 자리에 앉아서 팔을 내밀어 스틱을 집어든다. 눈앞으로 스틱을 가지고 왔다. 림-. 에 의해서 여기저기 손상되고 벗겨지고 칼로 다듬고 한, 그러한 자국들이 있었다. 벌써 이 스틱을 잡은지 한 달째 되었구나, 싶어서 순간 나에게 웃어보여 주었다. 그러고보면 처음에 스틱은 6개월을 썼었다. 게을리 연습을 한 탓이리라. 지금은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왜 그렇게 연습이 힘들까 하고 생각했었을까. 우스웠다. 그래서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과거의 추억에 젖고 있노라니 아무 것도 먹지 못한 배가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굉장히 배가 고파왔다. 식량보관함으로 걸어가, 먹을 것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열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컵라면이 있어 꺼내들어 탁자에 올려놓고는 전기포트에 물을 채워 물을 끓인다. 타이머가 쪼르르르 흘러들어가는데, 그 녀석. 인재가 들이닥쳤다. 화들짝 놀란 나는 황급히 컵라면을 숨기며 "무슨 일이야?" 라고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며 말했다. 그는 아무 말도 않고 호흡을 고르면서 컵라면만 응시하고 있었다. "아 배고파" "있어봐" 아 귀찮아. 그렇다는 티를 내며 선반을 여니 남아있는 컵라면이 아뿔싸. 클로렐라 컵라면이다. 당황스러워지는데 등 뒤 너머로 아무 것이나 괜찮다고 한다. 기쁜 마음으로 안도의 한숨을 그 녀석이 보지 않게 내쉬고는 컵라면을 넘겨준다. 기뻐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마치, 차비가 없어 집에 못가는 억울한 행인이 만원짜리 한장을 주운 것 같아보이는 얼굴이다. 그리고 내가 먹을 라면의 물을 붓는다. 그 녀석도 재빠르게 물을 붓고는 뚜껑을 덮는다. 타이머를 4분으로 재두고 바닥에 그대로 드러누워 버렸다. 먼지가 한움큼 올라왔지만, 개의치 않았다. 한숨을 쉬고 잠깐 눈을 감았다. 4분이 되었다는 타이머가 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에, 내 옆의 그 녀석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야" "어?" 얼떨결에 당황스러웠는지라 쳐다보고 있던 녀석에게서 시선을 거두고는 컵라면을 응시했다. "아, 라면 다됐다." "아, 그래 우선에 먹으면서 이야기 하자" 별 것 아니라는 듯, 그렇게 이야기하는 녀석을 무시하고는 라면을 집어들었다. 뜨거웠다. 후-. 후-. 불면서 한 젓가락 놓자, 그 녀석의 말이 내 귓가에 들려왔다. "우선에 축하해라 녀석" "아니 갑자기 왜?" "드디어 구했어" "뭘?" 기우뚱, 하고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그는 웃으며 "후원사" 바닥으로 컵라면이 떨어졌다. 손에 힘이 풀린 것이었다. 몇 초가 지나고 나서야 내 발에 쏟았음을 눈치채고, 으아아 하는 괴성을 질러댔다. "우리도 이제 걱정없이 연습할 수 있는 거야?" "그래. 우리의 노래를 알리는거야" 고개를 끄덕하며 "우리의 노래를 말이지" 배가 고프다는 것도 잊은 채, 격양된 어조로 떠들면서 이 곳, 저 곳을 들썩이며 돌아다녔다. "이야!" 이제, 꿈에서 보던 그런 광경보다 더 멋진 일을 할 수 있을 거야,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정오의 햇빛은 따사롭기만 했다. ※ 이 포스트는 더 이상 덧글을 남길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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