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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당황스럽다고 하면 당황스럽고 웃기면 웃기다고 생각할만한 일을 겪었다. 아직도 생각하면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 수가 없어. 그래도 피식, 하고 웃음을 내뱉는다. 오디오를 틀고, 샌드위치를 만들어서 테이블에 앉는다. 그리고 하루를 생각한다. 사람들을 만나고 왔다. 번개에 참여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이었다. 사람들을 만나고는 있지만, 별 다른 느낌을 받지 못했다. 그들의 열정이, 온기가 전해져오지 않는다. 벽을 두고 서로가 외치기만 하는 것 같은 느낌이 지겨워져서, 조금씩 건성이 되어간다. 오늘도 평소와 별 다를 것이 없는 일상일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보통의 사람들과 보통의 이야기를 건네고 보통의 일상처럼 집에 가기 위해 지하철에 올라탔다. 1호선. 올라타서 가는 동안의 지루함을 덜기 위해 책을 꺼내든다. 'N.H.K에 어서 오세요' 히키코모리에 대한 소설이다. 뭐 어때, 나와는 상관없는데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책을 펴든다.
음모다! 라고 이야기하는 부분부터 시작하는구나. 응응, 재밌어. 읽다보니 어느새 환승역에 도착하였다. 서면역. 갈아타야할 지하철 2호선. 사람들이 분주한 가운데, 앉을 자리를 찾기 위해 여러모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온 몸에 땀이 조금씩 맺히고 있었다. 아 제길. 얼른을 남발하면서 돌아다녔다. 그 이유는 순전히 N.H.K에 어서오세요! 를 읽기 위해서였다. 책을 서서 읽을 수는 없잖아! 라고 속으로 절규하면서 마구 폭주했달까. 그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대단한 결과야! 라고 속으로 작게 자화자찬을 한다. 3량에 좌석이 있었던 것이다. 나이스! 라고 중얼거리면서 털썩, 하고 앉았다. 아 살 것 같아-. 라고 한숨을 내쉰다. 주위를 둘러봐도 딱히 내가 책을 읽는데, 방해가 될만한 사람은 없다. 좋아! 하고 전투에 돌입하듯 빠르게 책을 꺼내었다. 몇 페이지였지... 103쪽이다! 책갈피를 찾아 꺼내고, 그 페이지에 써진 가장 첫번째 글자로 눈동자가 굴러간다. 조금씩 읽으면서 책에 빠져들려고 하던 찰나, 툭. 하고 어깨 부분에 압력이 가해졌다. 무슨 일이지? 싶어 고개를 들어보니 옆자리 여성분이 주무시고 계신다. 고개는 계속 왔다갔다 한다. 하지만, 어깨는 내 어깨를 누른 채 온 몸이 지하철을 따라 흔들리고 있다. 조금은 아퍼-. 라는 생각에 어깨를 빼려고 했다. 그런데 너무 곤히 잔다. 정신을 전혀 못차리고 있다. 그럼 방해가 되지 않게 조금만 빌려줘야겠다. 그리고는 다시 책을 읽기 시작한다. '미사토!' 라고 외친다. '너, 지금 이 상황을 탈출하고 싶지 않아?' 미사토가 이야기한다. 응응, 탈출하고 싶어. 고개를 끄덕이며 혼신의 힘을 다해 책을 계속해서 넘긴다. 그런데 어깨를 온기가 전해져온다. 따뜻하다. 얼마만에 느끼는 사람의 온기인걸까. 오랜만에 느끼는 온기에 취해 고개를 들어보니 주위사람들이 쿡쿡 웃는다. 상황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것 같다. 앞의 사람은 팔을 들어 파이팅! 하는 포즈까지 취한다. 큰일이군. 이거야 원. 나도 히히, 하고 웃어주고는 머쓱하니 책으로 돌아가는 수 밖에 없었다. ※ 이 포스트는 더 이상 덧글을 남길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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