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2월 27일
#28. 아버지
[다녀 왔습니다.]
평소처럼 인사를 하고 들어간다. 현관을 넘어서자 너무나 적막한 공간. 아무도 없다. 신발이 분명 한 켤레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흠칫, 놀라서 시계를 살펴보니 시계는 3시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그제서야 느낀 것은 사방이 붉은 색이라는 것. 시간이 멈춘 느낌. 너무나 무서운, 그렇지만 호기심을 자극하는 분위기에 이끌려 더 들어가자 의자 몇 개가 널부러져 있고, 그 한가운데 누군가 서 있다. 발이 바닥에서 떨어져 있다. 천장에 밧줄이 있다. 인정하고 싶지 않는 광경이었다. 무서워... 무서워... 하지만, 다가가서 줄을 푼다.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아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얼굴이 보였다. 그녀였다.
[어머니...]
눈물이 나는데, 그 이상 말이 나오지 않았다. 더 울고 싶었다. 뒤에 누군가가 있어. 놀란 나머지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재빠르게 몸을 숨긴다. 남녀 한쌍이 들어온다. 내가 아는 얼굴이 있다. 놀랄거야, 가서, 가서 그녀가 죽었다고... 라고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귀찮게, 죽어버렸어]
몸이 굳어버렸다. 나갈 수가 없었다. 무서웠다.
[이거 신고만 하면 되잖아?]
[아, 조사받겠지?]
[어쩔 수 없어. 하지만 자기가 죽인 것도 아니잖아]
네, 네가 죽인거나 마찬가지야! 외치고 싶었지만, 말이 되어 나오지 않았다. 그저 헐떡대기만 했을 뿐이었다.
[맞아 그건 그렇지]
[이제 우리 같이 살 수 있는거야?]
[아무렴]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서로 얼굴을 보고 웃다가 나가버린다. 무섭다. 그들이 우리 어머니를 죽인거야... 결코 용서하지 않을거다. 그 말 이외의 어떤 말도 입 밖에서 나오지 않았다.
“헉, 헉”
악몽이었다. 지독히도 나를 괴롭히는 악몽. 이제 6년이 다 되어간다. 너무나도 오래동안 날 괴롭혀왔다. 하지만, 싫진 않다.
“또...”
방문을 열고 나가서 냉장고 문을 열었다. 물을 꺼내 뚜껑을 열고 벌컥벌컥, 하고는 마신다.
“일주일만인가...”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날의 일을. 그 사건의 대화를 나누던 그와 그녀는 결혼해서 잘살고 있다. 모든 것을 잃었다. 날 지탱하던 것들... 그 이후, 난 혼자가 되었다. 그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난 혼자일 뿐이야”
몇 번이나 외치고는 방으로 들어와 문을 잠그고 다시금 누웠다.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갑자기 방문이 덜컥하고 열린다. 방문을 잠궜는데... 어느샌가 또 열쇠를 하나 만들었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금 돌아 뒤로 누웠다. 방문을 들고 들어온 그가
“너 도대체 뭐하는 놈이야?”
또 시작됐다. 매일같이 끊이지 않는다. 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겠지. 그 소리에 고개를 들어 쳐다보니 아니나 다를까, 얼굴이 달아올라있다. 입에서는 술냄새가 나고 있었다. 손에는 술병이 들려있다.
“이 새끼는 인생에 도대체 도움이 되지 않는 녀석이라니까”
“바쁘니까”
그의 말을 도중에 끊었다. 일어나서 방을 나갔다. 퍽, 하는 소리. 느낌이 이상해서 쳐다보니 술병이 내 팔에 맞았다. 내가 맞은 술병이 바닥에 떨어져서 깨졌다. 참자. 여태까지 잘 참아왔는데... 라는 생각으로 화장실에 들어갔다. 아무리 술에 취해도 그가 화장실에 까지는 들어오지 않는다.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천천히 씻고는, 방으로 들어가 츄리닝을 찾아 입고 나와서 아무 말도 없이 밖으로 나와버렸다. 여자가 황급히 쫓아온다.
“얘, 니가 이해하렴”
그렇게 말하며 손에 만원짜리 한 장을 쥐어준다. 우습다. 새어나오는 웃음을 굳이 참으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여자는 모르는가 보다.
“몸 조심해서 다녀오고”
그 말을 듣긴 했으나 대답은 하지 않았다. 그와 그녀는 나와는 타인일 뿐이잖아. 그 날 이후로... 그저 타인일 뿐이었어. 그렇지? 웃음만 나왔다. 계속 웃었다. 갑자기 바보가 된 기분.
용서하지 않을거라고 다짐한 것은 나였는데... 난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그게 무서웠다. 그를 보기좋게 비웃어주겠다고, 필사적으로 살아보겠다고 애썼는데... 결과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아... 이 돈으로 뭘 할지 결정했어. 달려갔다. 눈앞에 보이는 약국으로. 가서 약사에게 달라고 했다. 약사가 건네는 것을 받으니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졌다. 막연해보였던 것이 눈앞에 확실히 다가왔다. 내 눈앞에 있는 것은 쥐약. 나, 나도 이제 따라갈게요 어머니. 마음속으로 말하고는 약사에게 돈을 건네고 나왔다. 어디서 죽는게 좋을까? 라는 생각이 나의 뇌에 도달했다. 멋지게 복수해야한다는 강박관념. 강박관념. 다시금 나를 조여왔다. 그래, 그곳이 가장 좋을거야. 신나게 달려갔다. 이제 이 지겨운 생활의 끝을... 끝을 볼 수 있어. 끝낼 수 있다고! 속으로 몇 번이고 외치고는 그 곳으로 들어갔다. 다시금 그가 나를 보고서는
“쓰레기”
라고 외친다. 우스웠다. 이제 그가 뭐라든 난 신경쓸 필요가 없어. 방으로 들어갔다. 문을 잠그고서는 이불을 덮었다.
“이제 마지막이야... 안녕”
쥐약을 입에 넣었다. 아, 이거 무슨 맛이야... 뱉고 싶은 느낌이 너무나 간절했다. 하지만, 눈을 감고서는 꿀꺽, 하고 삼켜버렸다. 뭔가 말하고 싶었는데, 말이 나오지 않았다. 점점 조여오는 느낌이 나를 엄습해온다. 숨을 쉴 수가 없어... 그렇게 모든 것을 회피하고자 눈을 감았다.
멀리서 누군가가 보였다. 환하게 웃고 있었다. 아... 나도 손을 들어 흔들었다.
반가워요.
평소처럼 인사를 하고 들어간다. 현관을 넘어서자 너무나 적막한 공간. 아무도 없다. 신발이 분명 한 켤레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흠칫, 놀라서 시계를 살펴보니 시계는 3시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그제서야 느낀 것은 사방이 붉은 색이라는 것. 시간이 멈춘 느낌. 너무나 무서운, 그렇지만 호기심을 자극하는 분위기에 이끌려 더 들어가자 의자 몇 개가 널부러져 있고, 그 한가운데 누군가 서 있다. 발이 바닥에서 떨어져 있다. 천장에 밧줄이 있다. 인정하고 싶지 않는 광경이었다. 무서워... 무서워... 하지만, 다가가서 줄을 푼다.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아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얼굴이 보였다. 그녀였다.
[어머니...]
눈물이 나는데, 그 이상 말이 나오지 않았다. 더 울고 싶었다. 뒤에 누군가가 있어. 놀란 나머지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재빠르게 몸을 숨긴다. 남녀 한쌍이 들어온다. 내가 아는 얼굴이 있다. 놀랄거야, 가서, 가서 그녀가 죽었다고... 라고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귀찮게, 죽어버렸어]
몸이 굳어버렸다. 나갈 수가 없었다. 무서웠다.
[이거 신고만 하면 되잖아?]
[아, 조사받겠지?]
[어쩔 수 없어. 하지만 자기가 죽인 것도 아니잖아]
네, 네가 죽인거나 마찬가지야! 외치고 싶었지만, 말이 되어 나오지 않았다. 그저 헐떡대기만 했을 뿐이었다.
[맞아 그건 그렇지]
[이제 우리 같이 살 수 있는거야?]
[아무렴]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서로 얼굴을 보고 웃다가 나가버린다. 무섭다. 그들이 우리 어머니를 죽인거야... 결코 용서하지 않을거다. 그 말 이외의 어떤 말도 입 밖에서 나오지 않았다.
“헉, 헉”
악몽이었다. 지독히도 나를 괴롭히는 악몽. 이제 6년이 다 되어간다. 너무나도 오래동안 날 괴롭혀왔다. 하지만, 싫진 않다.
“또...”
방문을 열고 나가서 냉장고 문을 열었다. 물을 꺼내 뚜껑을 열고 벌컥벌컥, 하고는 마신다.
“일주일만인가...”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날의 일을. 그 사건의 대화를 나누던 그와 그녀는 결혼해서 잘살고 있다. 모든 것을 잃었다. 날 지탱하던 것들... 그 이후, 난 혼자가 되었다. 그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난 혼자일 뿐이야”
몇 번이나 외치고는 방으로 들어와 문을 잠그고 다시금 누웠다.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갑자기 방문이 덜컥하고 열린다. 방문을 잠궜는데... 어느샌가 또 열쇠를 하나 만들었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금 돌아 뒤로 누웠다. 방문을 들고 들어온 그가
“너 도대체 뭐하는 놈이야?”
또 시작됐다. 매일같이 끊이지 않는다. 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겠지. 그 소리에 고개를 들어 쳐다보니 아니나 다를까, 얼굴이 달아올라있다. 입에서는 술냄새가 나고 있었다. 손에는 술병이 들려있다.
“이 새끼는 인생에 도대체 도움이 되지 않는 녀석이라니까”
“바쁘니까”
그의 말을 도중에 끊었다. 일어나서 방을 나갔다. 퍽, 하는 소리. 느낌이 이상해서 쳐다보니 술병이 내 팔에 맞았다. 내가 맞은 술병이 바닥에 떨어져서 깨졌다. 참자. 여태까지 잘 참아왔는데... 라는 생각으로 화장실에 들어갔다. 아무리 술에 취해도 그가 화장실에 까지는 들어오지 않는다.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천천히 씻고는, 방으로 들어가 츄리닝을 찾아 입고 나와서 아무 말도 없이 밖으로 나와버렸다. 여자가 황급히 쫓아온다.
“얘, 니가 이해하렴”
그렇게 말하며 손에 만원짜리 한 장을 쥐어준다. 우습다. 새어나오는 웃음을 굳이 참으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여자는 모르는가 보다.
“몸 조심해서 다녀오고”
그 말을 듣긴 했으나 대답은 하지 않았다. 그와 그녀는 나와는 타인일 뿐이잖아. 그 날 이후로... 그저 타인일 뿐이었어. 그렇지? 웃음만 나왔다. 계속 웃었다. 갑자기 바보가 된 기분.
용서하지 않을거라고 다짐한 것은 나였는데... 난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그게 무서웠다. 그를 보기좋게 비웃어주겠다고, 필사적으로 살아보겠다고 애썼는데... 결과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아... 이 돈으로 뭘 할지 결정했어. 달려갔다. 눈앞에 보이는 약국으로. 가서 약사에게 달라고 했다. 약사가 건네는 것을 받으니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졌다. 막연해보였던 것이 눈앞에 확실히 다가왔다. 내 눈앞에 있는 것은 쥐약. 나, 나도 이제 따라갈게요 어머니. 마음속으로 말하고는 약사에게 돈을 건네고 나왔다. 어디서 죽는게 좋을까? 라는 생각이 나의 뇌에 도달했다. 멋지게 복수해야한다는 강박관념. 강박관념. 다시금 나를 조여왔다. 그래, 그곳이 가장 좋을거야. 신나게 달려갔다. 이제 이 지겨운 생활의 끝을... 끝을 볼 수 있어. 끝낼 수 있다고! 속으로 몇 번이고 외치고는 그 곳으로 들어갔다. 다시금 그가 나를 보고서는
“쓰레기”
라고 외친다. 우스웠다. 이제 그가 뭐라든 난 신경쓸 필요가 없어. 방으로 들어갔다. 문을 잠그고서는 이불을 덮었다.
“이제 마지막이야... 안녕”
쥐약을 입에 넣었다. 아, 이거 무슨 맛이야... 뱉고 싶은 느낌이 너무나 간절했다. 하지만, 눈을 감고서는 꿀꺽, 하고 삼켜버렸다. 뭔가 말하고 싶었는데, 말이 나오지 않았다. 점점 조여오는 느낌이 나를 엄습해온다. 숨을 쉴 수가 없어... 그렇게 모든 것을 회피하고자 눈을 감았다.
멀리서 누군가가 보였다. 환하게 웃고 있었다. 아... 나도 손을 들어 흔들었다.
반가워요.
# by | 2006/12/27 14:17 | Novel | 트랙백 | 핑백(1)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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